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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마사토시]

W.토리

  “저, 저기...”

  “응?”

  “이거...”

  “이게 뭐야?”

  “그, 그게....”

 

  처음으로 용기 내서 건네는 편지. 읽을지, 그냥 버릴지 모르지만... 그래도 바보처럼 끙끙댈 바에야 전해주고 가기라도 하자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야, 사토시! 뭐해! 머뭇거리는 동안 니노가 부르는 목소리가 구세주 같았다.

 

  “가, 갈게!”

  “저기... 어? 잠깐만!”

  “미안!”

  등 뒤로 그 애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게 거절의 뜻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냅다 뛰었다. 어어, 야! 사토시! 같이 가! 오노의 귓가가 불에 덴 것 마냥, 뜨거웠다.

 

*

 

  “웬일이래. 엄청 용감하네.”

  “자꾸 놀릴 거야?”

  “당연하지. 건수 잡았는데 호락호락 보내줄 거 같아?”

  “... 사쿠라이. 쟤 좀 어떻게 해 봐.”

  “그러게 슬쩍 사물함 같은 데 넣어두면 되지, 왜 니노랑 학교 올 때 주냐고.”

  “이름 적어둘 용기까진 없었단 말이야...”

 

  오노의 대답에 니노가 배를 잡았다. 용감하긴 개뿔.

 

  “그래서 어쩔 작정이야?”

  “뭘?”

  “편지를 줬으니까 답이 올 거 아냐.”

  “... 답 같은 거 기대하고 쓴 거 아니야.”

  “아니긴. 매번 두리번거리면서.”

  “아니거든?!”

  그런 거 아니라고... 토라진 오노가 책 위로 고개를 떨구자 사쿠라이가 나무라는 표정으로 니노를 바라보았다. 아니, 뭐 틀린 말도 아니... 그만 좀 하지? 보건실 갈래? 아니면 담임한테 가서 조퇴증이라도 끊어줄까?

  “아냐...”

  “그럼 잠깐만 누워있어. 선생님한텐 내가 말해줄 테니까.”

  그랬다, 혹시나 답장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그, 왜, 청춘 만화라거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신발장이나 사물함 혹은 책상 서랍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온 편지 같은 거 말이다. 매번 실망은 해도, 그 애를 원망하진 않았다. 대신, 보고 싶은 그 얼굴을 그리는 것 밖에는...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울진 않았다.

 

*

 

  그리고, 그 만화나 TV 속에서 일어날 일이 제게 일어났다. 답장이, 답장이 온 것이었다. 그것도, 이렇게.

 

  “분홍색?”

  “답장이 아니라 다른 사람한테 온 편지 아냐?”

  그렇다고 하기에는, 편지지 겉에 적힌 이름이.

  “자, 잠깐만. 나... 잠시 어디 좀 다녀올게!”

  “에?! 어디가!”

  “그런 게 있어!”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도 그냥 무작정 달렸다. 아는 거라곤 그 애의 이름과 반 정도였다. 수업이 시작돼서 그 애에게 찾아갈 순 없었으니 할 수 있는 거라곤 아무도 못 찾을만한 곳에 숨어서 편지를 읽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마도 거절이겠지, 친절한 아이니까 상처받지 않을 다정한 온도의 말들이 쓰여있을 게 뻔하다고 생각하면서 편지를 열어보았을 때는.

 

 

  ‘안녕.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할까, 첫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어. 근데 이런저런 말을 많이 쓰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대답하는 게 좋을 것 같았어. 네가 준 편지는 천천히 읽어봤어. 우선은,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어. 사실 나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서 그렇게 용감하게 마음을 전하는 건 생각도 못 해봤거든. 당황해서 제대로 된 인사도 못 해준 거 같아서 편지로나마 인사하고 싶어. 정말 고마워. 그리고 말이야... 혹시 부담스럽지 않다면 오늘 학교 마치고 잠시 만나줄 수 있어? 직접 만나서 해야 할 말도 있어서... 하지만 부담스럽다면 그냥 편지에 적힌 말만 받아주어도 괜찮아. 그럼 이만 줄일게. -마사키-’

 

 

  정말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훨씬 좋은 내용이어서 오노는 거절의 의사를 밝힌 편지가 아니었음에도 눈물이 마르질 않았다.

 

*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그 편지를 소중하게 호주머니에 넣은 오노가 교실로 돌아왔고 니노와 사쿠라이의 잔소리를 한참이나 듣고 나서야 수업을 다 들을 수 있었다. 쫓아오려는 두 사람을 겨우 따돌리고 몇 바퀴를 돌고 또 돌아서 도착한 곳에는 편지에 적힌 것처럼 아이바가 기다리고 있었다.

  “편지 읽어줬구나.”

  “응...”

  “나와줘서 고마워.”

 

  누가 보면 고백을 한 사람이 아이바라고 믿을 만큼, 수줍어하는 오노의 발간 뺨처럼 아이바의 귓가가 발갛게 물들었다. 저, 저기 그러니까. 아냐, 먼저 말해. 아냐, 먼저...

 

  “푸흐흐...”

  “하하...”

 

 실랑이를 하던 두 사람은 이내 크게 웃었다. 그리고 아이바가 오노 앞에 마주 섰다.

 

  “사실은 말이야.”

  “응.”

  “편지를 읽자마자 든 생각은 티가 많이 났었구나 싶었던 거 같아.”

  “응?”

  “그러니까, 음...”

  “...?”

 

  발갛다 못해 금방이라도 김이 날 것 같은 귀가, 아니 뺨이, 아니 손이 오노에게 와닿았다.

  “좋아해.”

  “응?!”

  “그래서 그게 티가 났구나 싶었어.”

  “그, 그러니까...”

  “아마 내가 너보다 먼저 좋아했을지도 몰라. 편지에도 적어뒀지만... 나는 용기가 없었거든. 그래서 그때 놀랐다기보단 부끄러웠던 것 같아. 대답하기도 전에 네가 뛰어 가버렸지만...”

 

  그제야 맞닿은 손이, 아니 뺨이, 아니 귀의 뜨거움이 느껴졌다. 부끄러워서 마주치지 못하는 시선도, 사실은 엇갈렸던 거란 걸. 운동장을 누비는 아이바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린 오노를, 열린 교실 창문 사이로 흩날리는 커튼에 살짝씩 보이는 오노를 멍하니 바라보던 아이바를.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무 벅차서... 아, 그러니까...”

  “나도 그래. 솔직히 지금도 안 믿겨서...”

 

  어느 틈엔가 잡은 손의 온기가 따뜻해서, 해가 지고 달이 뜨는 동안 두 사람은 한참이고 손을 잡고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곤, 돌아가는 저녁. 굳이 데려다주겠다고 해서 가는 길에도 잡은 손이 신경 쓰여서 언제 놔야 하는지, 놓기 싫다고 하면 안 되겠지 같은 쓸데없는 걱정에 이런저런 말들만 둘러대는 아이바를 보던 오노가 다시 용기를 냈다.

 

  “마사키.”

  “응?”

 

  쪽-

 

  “데려다줘서 고마워.”

  “어? 어...?”

  “싫은 건 아니지?”

  “아, 아니야!”

  “그럼 부끄러운 거야?”

 

  너무 뜨겁진 않아도 적당히 따뜻한 온기가 다가와서 오노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너무 부끄러울 땐 모르는 척, 해 줄게. 그 신호를 알아들은 아이바가 싱긋 웃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뺨을 감싸 안고 입을 맞췄다. 그게, 시작이었다.

 

*

*

*

 

  “너네, 진짜 진상이다.”

  “왜?”

  “핸드폰은 뒀다가 국 끓여 먹냐? 왜 맨날 편지를 쓰고 난리야.”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시지?”

  “부러운 게 아니라 매번 혼자 가기 싫다고 우리를 끌고 오는 네 놈 때문이거든?”

  “히히, 들켰네.”

  그거야, 너희랑 이렇게 오면...

  “사토시!”

  “웅?”

  나랑 친한 친구인 거 알면서도, 부끄러워하면서도, 질투하는 마사키 얼굴이 무지하게 귀엽고 사랑스럽거든. 앗 참, 이건 마사키에겐 비밀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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