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른 감정 합작
그리움
[마사코우] evening primrose
W. 소라
달맞이 꽃(evening primrose)
“아이바, 오늘 한 잔 할래?”
“안돼. 내일 약속 있어.”
웃으며 말하는 아이바에 옆에 있던 사쿠라이가 마츠모토를 살짝 툭 쳤다.
“아… 내일이야?”
“미안. 다음에 먹자.”
“알겠어.”
“먼저 갈게.”
짐을 챙겨 나가는 아이바를 보고 마츠모토와 사쿠라이는 큰 한숨을 쉬었다. 힘든 걸 표현하지 않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아이바였기에 더 큰 걱정이 된 마츠모토와 사쿠라이는 그날 마저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애써 웃는 아이바가 기억났다.
집으로 돌아온 아이바는 자연스럽게 냉장고로 다가갔다.
‘맥주는 적당히 마셔요. 빈속에는 절대 마시지 말기.’
냉장고에 붙어있는 메모장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아이바는 냉장고를 열어 맥주 한 캔을 꺼냈다.
“오늘 딱 한 잔만 마실 게요.”
아무도 없는 곳에 혼자 말을 하던 아이바는 시원한 맥주를 들이켰다.
‘또 맥주만 마시는 거 에요? 그러다 속 안 좋아져요.’
귓속에 맴도는 목소리에 아이바는 쓴 웃음을 지었다. 마지막은 같이 있어 주기로 해놓고선… 결국… 입술을 깨물던 아이바는 손에 들고 있던 맥주를 가득 삼켰다.
‘빈속에는 먹지 말아요. 밥도 잘 못 챙겨 먹잖아요.’
계속 해서 맴도는 목소리에 아이바는 맥주를 내려놓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멍하니 앞만 보던 아이바의 눈에 사진 하나가 보였다. 해맑게 웃고 있던 너와 함께 찍었던 사진. 마지막으로 만났던 코우타의 그 모습과는 다르게 건강해 보이던 모습. 아이바는 머리가 더 아파오기 시작했다. 눈을 질끈 감은 아이바는 맥주 캔을 그대로 두고 침실로 들어갔다.
“아이바상이랑 여행 한번 가보고 싶어요.”
“여행이요?”
“아이바상은 바쁘니까… 나중에… 꼭 가보고 싶어요.”
“가면 되는 거죠. 꼭 가요.”
슬픈 듯이 웃는 코우타의 모습에 아이바는 괜찮다는 듯이 코우타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헤- 하고 웃던 코우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옆에 있던 가방에서 포장이 되어있는 큰 물건을 꺼냈다.
“이게 뭐에요?”
“우연히 들은 노래인데요. 같은 베개를 베고 있으면… 같이 잠드는 느낌이라고… 그냥… 아이바상도 바쁘고… 저도 이러니까… 꿈에서 라도 만나자고… “
말을 하면서 점점 빨개지는 코우타의 얼굴에 아이바는 웃음이 났다.
“고마워요. 꼭 베고 잘게요.”
잠에서 깬 아이바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오늘은 나와줬네.”
몸을 일으킨 아이바는 나갈 준비를 위해 욕실로 향했다.
‘샴푸하고 떨어지기 전에 미리미리 사기!’
‘로션 잊지 말고 바르기!’
화장실 선반 위에 붙어있는 메모에 아이바는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메모를 떼어냈다.
정신차리기 위한 커피한잔을 위해 들어온 부엌에도 붙어 있는 메모를 하나씩 떼어 내기 시작했다.
‘커피는 하루에 한잔이 제일 좋아요.’
‘음식은 중간중간에 간을 봐줘야 해요.’
‘소금이랑 설탕 헷갈리지 말기.’
‘음식은 무작정 센 불로 하지 마세요.’
‘재료는 상했는지 확인하고 사용하기.’
하나씩 떼어내는 아이바의 손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다. 커피를 다 내린 아이바는 잔을 들고 거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커피를 한 모금, 메모를 하나씩 다시 보던 아이바는 몸을 다시 일으켜 서랍장 제일 구석에 나 뒀던 상자 하나를 꺼냈다. 상자를 열자 아직 뜯어지지 않은 편지지가 하나 있었다. 메모를 상자에 넣은 아이바는 편지지가 뚫어지도록 쳐다보다가 다짐한듯이 숨을 크게 한번 쉬고는 편지지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아이바상에게
오늘 드디어 약속했던 날이네요. 처음으로 가는 여행이어서 많이 들떠 있었는데… 미안해요.
그래도 아이바상은 잘 지내고 계시겠죠? 저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년에 한 번쯤은… 오늘 하루는 제 생각 해줬으면 좋겠어요.
………………………………]
편지를 읽은 아이바는 급하게 몸을 일으켜 나갈 준비를 했다.
‘ㅇㅇ 꽃집에 꼭 들려주세요.’
“저기… “
“아! 안녕하세요. 뭐 찾으시는 거 있으세요?”
“예약했는데요. ‘후지오카 코우타’ 로 되어 있을거예요.”
“아아… 잠시만요.”
안쪽으로 들어간 직원은 꽃다발을 하나 들고 나왔다.
“1년전부터 예약을 하셔서 원래는 예약이 되지는 않는데… 하도 부탁을 하셔서 드디어 찾으러 오셨네요. 그때 그분은 아니신 거 같은데…”
직원의 표정에 아이바는 가만히 미소만 지어줬다. 아이바의 손에 들린 수국 꽃다발 사이에 끼인 낡아 보이는 메모지에 아이바는 직원을 쳐다봤다.
“그건 그때 부탁 하신거에요. 오래돼서 좀 낡아 보이기는 하지만… 1년이나 지났으니까요.”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고 나온 아이바는 꽃 사이에 있는 메모지를 꺼냈다.
‘제가 좋아하는 꽃이에요.’
글씨에서도 보이는 코우타의 맑음에 아이바는 미소가 지어졌다. 편지에 적혀 있던 곳이 아직 더 있던 아이바는 꽃이 망가지지 않게 소중히 꽃을 안고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였다.
‘ㅇㅇ식당에 들려주세요.’
‘딸랑’ 하고 맑게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아이바가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저… ‘후지오카 코우타’로 예약이 되어 있을 거라고…”
“잠시만요.”
직원은 급하게 주방안으로 들어가 주방장을 데리고 나왔다.
“코우타가 말하던 사람이 당신인가 보네!!! 코우타 말 대로 키도 크고… 얼굴은 뭐 가려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잘 생겼겠지. 저쪽 안쪽에 앉아 있어요.”
주방장의 말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일 안쪽으로 앉은 아이바는 가게안을 둘러봤다. 아이바가 좋아할 만한 풍경에 ‘코우타 답네.’ 라 생각을 했다. 잠시 멍하니 앉아있던 아이바의 앞에 여러가지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저… 이렇게 많이는 못 먹는데…”
아이바의 말에 주방장은 아무 말없이 메모지 하나를 내밀었다.
‘아이바상은 급하다고 또 굶을 게 뻔하니까 이거 꼭 다 먹고 저 만나러 와주세요.’
“내가 분명히 못 먹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도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다 먹는 거 보고 내보내라고 했으니까 꼭 다 먹어야 하네”
말을 하고 들어가버리는 주방장을 보고, 상 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본 아이바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과 코우타가 좋아하는 음식이 섞여져 있는 음식을 보던 아이바는 이걸 언제 다 먹어… 하며 걱정의 한숨을 쉬었다.
꾸역꾸역 음식을 다 먹은 아이바는 당장이라도 터질 것 같은 배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바의 모습을 본 주방장은 가까이 다가와 소화제를 하나 쥐여주고는 아이바의 등을 토닥여 줬다.
“내가 본 애 중에 제일 착하고, 맑은 애였어.”
울컥, 당장이라도 눈물 흘릴 것 같던 아이바는 억지로 울음을 참으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기고 식당을 나섰다.
‘ㅇㅇ카페에 들려주세요. <테라스에 앉기>’
앉을 장소까지 정해져 있던 카페는 사람이 별로 오지 않는 카페였다. 답답하게 큰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 풍경이 아닌 바다가 살짝 보이는 카페의 모습에 아이바는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서오세요. 자리는…”
“여기에 앉을게요.”
“혹시 ‘후지오카’ 님 예약이신 가요?”
“아…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가게 안으로 들어간 직원은 금방 음료를 들고 아이바에게 다가왔다.
“저… 이건…”
“저희 가게에서 제일 인기 많은 차예요. 후지오카상이 제일 좋아했던 차이기도 하고요.”
직원은 웃으며 차와 함께 메모지를 건 냈다. 꾸벅 인사를 하고 가게안으로 들어가는 직원을 보고 메모지를 본 아이바는 다시한번 미소를 지었다.
‘이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차예요. 커피 말고 이 차도 즐겨 드셨으면 좋겠어요.’
커피를 자주 마시는 자신을 걱정하던 코우타가 생각이 났다. 마지막까지…
여유롭게 차를 마신 아이바는 더이상 적혀 있지 않던 편지지가 생각이 났다. 마지막 장소는 정해져 있는 것 같이 망설임 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잘 지냈어요?”
바다 근처에 있는 납골당. 원래 고향과는 떨어진 납골당. 코우타가 몇 번이나 자신에게 말했던 납골당으로 온 아이바는 자연스럽게 코우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꽃다발을 앞에 놔둔 아이바는 안에 있는 사진을 한번 쓰다듬었다.
“역시 계셨네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만 같던 목소리에 아이바는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코우타 상도 너무하시죠? 마지막 부탁이라며 들어달라는게 큐피드 역할도 아니고… 편지를 전해 달라니… 뭐… 덕분에 저도 여기까지 나와보고 좋네요.”
병원에서 코우타와 함께 있는 걸 봤었던 것 같았던 사람. 코우타가 고마웠다고 한 사람.
“여기요. 제가 할 일은 진짜 끝났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더 감사해요. 정말로… 코우타상의 말 대로 됐네요.”
“네?”
“아니에요. 그럼.”
뒤돌아 가버리는 남자를 본 아이바는 손에 쥐여진 편지를 봤다. 코우타의 사진을 한번, 편지지를 한번 본 아이바는 그대로 자리에 앉아 편지지를 뜯어봤다.
[아이바상에게.
제가 준비한 서프라이즈 어때요?
많이 힘들었어요?
‘정말 힘들었어. 아웃도어 파지만 이렇게 많이 돌아다녔던건 처음인거 같아요.’
그래도 즐거웠지요?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즐거웠어요.’
저가 곁에 있는 것 같이 느껴졌나요?
‘하루 종일 제 곁에 코우타가 있는 것 같았어요.’
원래는 여행을 위해서 준비했던 것들인데… 사실 많이 기대하고 있었어요.
‘저도 많이 기대했었어요.’
죄송해요…
‘미안해할 것 없어요. 즐거웠으니까.’
다음에… 다음에 꼭 같이 가요.
‘약속했어요. 나중에 다른사람이랑 가면 안 돼요.’
아이바상 덕분에 즐거웠어요. 잠깐… 잠깐이지만 정말로 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코우타가 살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저 때문에 너무 슬퍼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아이바상은 티를 내지를 않는 사람이니까요. 혼자서 슬퍼하지 말아요. 그러면 저 아이바상 절대 안 볼 거예요.
‘미안해요. 또 숨겨버렸어요. 이 편지를 보기 전이니까 이해해주세요.’
나중에… 아직은 멀었지만 나중에 다시 만나요. 그땐 저랑 매일 있어주세요.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코우타랑만 붙어 있을거예요.’
정말… 고마웠어요. 많이 사랑했어요.
‘저랑 만나줘서 고마웠어요. 사랑해 줘서 고마웠어요. 정말 많이 사랑했어요.’
편지를 다 읽은 아이바의 눈에는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떨어 지기 시작하며 아이바는 편지에 얼굴을 묻고 오랜만에 소리를 내어 울었다.
“오늘 다들 뭐해?”
“나는 아무 일 없어.”
“나도-”
“나는 오늘 게임…”
“나도 오늘은… “
“그래? 한잔할까 했는데…”
아이바의 말에 시큰둥 하던 멤버들은 바로 아이바를 바라봤다.
“에-? 왜 다들 그렇게 쳐다봐?”
“너…!”
“아니, 나 오늘 시간 많아.”
“아까 게임한다고…”
“아냐, 안 해.”
“나도 오늘은 한잔하고 싶네.”
“리다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아냐, 없어.”
아이바의 말에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던 멤버들은 빠르게 짐을 챙기고 아이바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아이바를 끌고 대기실을 나섰다. 밖으로 나온 멤버들은 가게를 어딜갈지 정하면서 주차장으로 갔다. 뒤따라 가던 아이바는 그래도 계속해서 자신을 걱정해준 멤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봤죠? 그러니까 저 안 만난다는 말은 하지 말고 딱 기다리고 있어요.’
“마사키-”
자신을 부르는 멤버들의 목소리에 아이바는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빨리해 멤버들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