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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

[사쿠사토]

W. 작은연못

요 며칠 사쿠라이는 바빴다. 쏟아지는 프로그램과 화보촬영, 잡지 인터뷰는 기본이고, 우와사처럼 흘러들어간 드라마 소식때문에도 바빴다. 무엇보다... 연말이다. 2008년부터 아라시에게 연말은 두달동안 육개월치의 일을 하는 나날들이지, 눈이 내린다는 둥, 크리스마스라는 둥, 새해를 맞이한다는 둥의 이벤트를 즐길만한 위치는 아니었다. 이벤트의 중심이라면 중심이었지...

 

 

 

 

당장 11월 중순부터 쏟아지는 음악방송과 각종 특방으로도 바쁘지만, 사쿠라이는 또 다른 일로도 바빴다. 오노의 생일에 맞춰 프로포즈를 하기로 마음은 먹었는데, 이벤트 실패 경력 다수의 사쿠라이는 작은 미스도 용납할 수 없었다.

 

 

 

 

"아... 시간... 안 맞을지도..."

 

 

 

 

프로포즈 준비의 기본, 반지를 주문해놨는데, 그 반지도 못 찾으러 갈 판이다. 한번 딜레이된 촬영은 뒤에 있는 모든 수록의 순서를 미뤄놨다. 덕분에 인터뷰 사이에 찾으러가기로 한 반지도 못 찾으러 갈 것 같다. 매니저...한테 부탁하기엔 좀... 부끄러운데.....

 

 

 

 

"무슨 걱정있으세요? 사쿠라이상?"

 

"어....? 어, 아니. 괜찮아. 다음 인터뷰 몇시지?"

 

"10분 뒤에 출발하시면 됩니다. 뭐 시키실 일 있으세요?"

 

"아니야, 괜찮아. 여기 있을테니까 시간 되면 알려줘."

 

 

 

 

매니저가 준비를 하겠다며 나가고, 나는 서둘러 매장에 전화부터 했다. 퀵.. 으로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미리 받아둘걸... 미리 좀 찾아다 챙겨놨으면 되는걸....

 

 

 

"예약한 사쿠라이 입니다만, 찾으러 가기로 한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사쿠라이님, 혹시 대리인이 찾으러 오실까요?]

 

"... 힘들것 같네요."

 

[괜찮으시다면 택배로 당일 배송이 가능합니다. 자택으로 보내드릴까요?]

 

"아..! 좋아요. 당일 배송으로 해주세요."

 

 

 

 

당일 배송, 도착이 가능하다는 소리에 사쿠라이는 냉큼 배송 요청을 했고, 나름 머리를 굴려서 오노보다 먼저 도착할 시간으로 배송시간을 정했다. 하지만 머피의 법칙이란 게 이런걸까.. 한번 연기된 인터뷰 스케쥴은 기자의 사정으로 딜레이되었고, 화보 스케쥴은 조명의 문제로 딜레이 됐다. 그리고 사쿠라이로써는 80%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

 

 

 

 

 

 

 

"쇼꿍은 늦는다고 했으니까...."

 

 

 

 

오늘도 오전의 수록뿐이어서 금새 끝을 내고 점심이나 같이 먹고 퇴근하자며 매니저를 데리고 잘 가는 라멘집으로 왔다. 유일하게 매니저분까지 모두 사주는 라멘집에서 토핑도 원하는 만큼 올려서 사주고 마침 사쿠라이의 집과 가까워 내일도 오프니 놀래켜줄까 하며 매니저도 그대로 퇴근시키고 폴랑폴랑 들어왔다.

 

 

 

 

"씻고 싶은데.... "

 

 

 

 

샴푸며 바디워시, 수건까지 빌려쓰고, 두고다니는 옷까지 갈아입고나니 쏟아지는 잠에 대충 이불로 덮여있는 침대에서 늘어지게 잠도 잤다. 평소 스케쥴이라면 벌써 도착할만큼의 저녁이지만, 사쿠라이의 스케쥴은 바쁜 모양인지 아직 다이얼 누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노는 잠도 깰겸 휴대폰을 들고 리빙에 앉아있으니 꼬르륵 소리가 리빙을 한가득 울린다. 배달을 시킬까 배달앱을 열다가, 배달 음식 냄새며 쓰레기 처리를 싫어하는 사쿠라이가 생각이 나 모자와 마스크, 지갑을 다시 챙겨서 집 밖으로 나왔다. 사쿠라이가 이사를 다닐때마다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몇 가지 안되는 기준 중의 하나가 바로 편의점의 위치였다. 매일 퇴근마다 편의점을 들렸다가 오는 사쿠라이였으니,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이기도 했다.

 

 

 

 

"흠... 뭐 먹지...."

 

 

 

 

제가 먹을 맥주 6캔 다발과 안주거리로 먹을 간단한 샐러드, 도시락 따위를 사들고 오는 길에 있던 청과물가게에서 제철이라는 귤도 한다발 사들었다. 편의점에서 사쿠라이의 집까지 멀지도 않은데 몇 걸음 걷다가 청과물 가게에 들리고, 또 몇 걸음 걷다가 야키토리 가게에서 포장을 하고, 몇 걸음 걷다가 길거리에서 파는 타코야키도 사다보니 꽤 시간도 걸리고, 두 손도 묵직해졌다. 그와 비례해서 지갑은 얇아졌고......

 

 

 

 

"쇼꿍 오면..... 먹을거 많겠다... 쇼꿍한테 편의점 들리지 말라고 해야지...."

 

 

 

 

오노가 양 손 무겁게 사쿠라이의 집에 도착하자, 정장을 빼입은 한 남자가 사쿠라이의 문 앞을 기웃거리고 있고, 여차하면 들고 있던 귤이라도 집어던질 요량으로 좀 더 봉투를 꽉 쥐었는데, 검은 정장 일색의 남자가 오노의 얼굴을 보고는 화색이 돈다.

 

 

 

 

"S상 맞으시죠? Be jewelry에서 나왔습니다. 여기에 사인 부탁드립니다. 세공과 디자인, 모두 원하시는 방향으로 나왔으니까 만족하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안에 원석 보증서와 세공 보증서 모두 있으니 확인부탁드립니다."

 

 

 

 

S상의 S가 사토시의 S라고 생각한건지, 쥬얼리 숍의 직원이 오노의 사인을 받고는 후다닥 밖으로 나가고, 야키토리와 타코야키, 귤과 맥주까지 한가득인 손에 아기자기한 쇼핑백 하나가 추가되었다. 낑낑거리며 간신히 현관문을 열고 들어선 오노는 우선 먹을거리부터 식탁 위에 올렸다. 맥주는 시원하게 냉동실에 넣고, 타코야키와 야키토리는... 조금이라도 덜 식으라고 전자레인지에 넣어뒀다. 정리를 다 하고 남은건... 식탁 위에 덩그라니 놓여있는 하늘색의 작은 가방.

 

 

 

 

-

 

 

 

 

 

[사쿠라이 쇼님, 오노 사토시님께 무사히 전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쿠라이는 늦어진 퇴근길에 편의점에 갈 생각으로 짐을 챙기다 날아온 문자에 눈을 비볐다. 지금 본인이 잘못 봤기를... 아니, 잘못 봤어야 했다. 액정을 닦아보고, 여러번 눈을 비벼도 날아온 문자에는 명확했다.

 

 

 

[오노 사토시님]

 

 

 

 

"아악....!!!"

 

"무.. 무슨 일이세요! 사쿠라이상!!"

 

"..아냐... 미안해... 편의점... 안들려도 돼...."

 

 

 

퇴근길에 들려서 맥주며 야채스틱을 사가던 사쿠라이는 오늘은 사갈 필요가 없어졌다. 오노가 대신 택배를 받았다는 건, 이미 오노가 제 집에 있을테고, 맥주 좋아하는 오노라면 이미 편의점에 들렸을게 뻔했다. 멀리 보이는 제 집과 더불어 오노가 좋아하는 야키토리 집도 성황인걸 보니 포장했을테고, 타코야키를 파는걸 보니 타코야키를 사갔을 수도 있겠다.

 

 

 

 

"내일은 오프니까, 내일 모레 오전 8시 30분에 오겠습니다."

 

"응. 수고했어."

 

 

 

지하주차장에서 내려준 매니저를 보내고, 사쿠라이는 오노에게 어떻게 말을 건네야 할까를 고민, 고민하며 엘레베이터를 기다렸다. 오노는 눈치 못 챈 척을 하며 그냥 식탁이나 테이블에 올려놨을 수도 있고, 오늘따라 불길한 하루하루를 보낸 사쿠라이의 입장에서는 이미 반지를 끼면서 즐거워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아..... 진짜...."

 

 

오노가 집 안에 있는 것을 알기에 벨을 누를지, 패드를 누르고 들어갈지 고민하던 사쿠라이는 결국 다이얼을 누르고 들어갔다.. 만약.. 정말 만약에 운이 좋다면... 택배만 받고, 오노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은 채 잠을 자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 한줄기의 희망을 믿고 패드를 눌렀다.

 

 

 

그 한줄기의 희망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부숴졌지만........

 

 

 

"니....니상...."

 

"쇼꿍.... 오카에리..."

 

"타...타..다이마... 뭐..뭐하는거야?"

 

"음... 쇼꿍이 준비했길래... 나도 나름....?"

 

 

 

 

 

오노 사토시는 항상 사쿠라이 쇼의 예상에서 벗어난다.

 

사쿠라이 쇼가 언제나 오노 사토시를 다듬고, 안아주고 보호하는 것 처럼 보여고, 사실은 오노 사토시의 손바닥 위에 있다. 그게 바로 지금이다.

 

 

 

사쿠라이가 당일배송을 하면서까지 받아낸 반지를 상자 통째로 들고서 역 프로포즈 하듯이 앉아있을 줄이야.... 게다가 같은 업체임이 분명한 로고의 박스가 수없이 있는 걸로 봐서는 택배를 받자마자 시부야로 뛰어간게 분명했다. 그리고 커플이란 커플 악세사리는 싹 쓸어왔겠지. 라멘을 제외한 식사는 더치페이면서, 이런거에는 돈을 안 아끼는 남자니까....

 

 

 

신발장 현관도 채 벗어나지 못한 채 팔찌며 목걸이, 시계, 귀걸이, 피어싱, 심지어 발찌까지 커플세트로 담겨있는 상자들이 한가득 현관을 가득채웠다. 오노의 서프라이즈에 역으로 당해버린 사쿠라이의 귀가 더이상 빨게 질 수 없을 만큼 빨게졌다. 또 하나 사쿠라이의 이벤트 실패 리스트에 당당히 1위로 올라간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하씨... 창피하게...."

 

"뭐, 쇼꿍이 준비한 반지는 검은 정장 남자한테 받았지만, 목걸이, 시계, 귀걸이, 피어싱, 발찌에 이게 뭐라했더라... 이건 브롯지라고 했고, 넥타이핀이랑...."

 

"니상... 그만.... 진짜... 이걸 다 사온거에요? 돈이 아주 남아돌지...?"

 

"어쩌겠어. 이벤트 실패해서 부끄쇼 보는 김에 좀 더 오래 보려면 선물 공세라도 해야지... 지금 쇼꿍 귀, 터질거 같아..."

 

"...안아줘요..."

 

"후훙-"

 

 

 

새빨게진 귀를 좀 가려보고자 오노에게 안아달라며 손을 쭉 뻗지만, 포옥- 하고 안기기 전에 사쿠라이의 빨간 귀를 앙- 물어버린 오노 덕에 사쿠라이의 목까지 빨게지고, 이를 악문 사쿠라이는 그대로 오노를 들어올려서는 요리조리 쥬얼리들을 피해 침대로 향했다.

 

 

부끄러움 가득한 사쿠라이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자 거금을 제대로 썼으니, 이왕 받을거 침대 위에서 뜨겁게 받아내야지... 그거라도 해서 조금 성에 찰까 싶었다. 물론 나간김에 콘돔도 몇박스 가득 사와 침대 위에 뿌려놓은 오노가 한수 위였지만....

 

 

"쇼군, 넌 나 이기려면 아직 멀었어..."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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