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탐
운시
서로를,먹었다.
※소재 및 내용에 트리거 요소가 있습니다.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내용이 다소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합니다.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인생에 회의감에 가득 잠겨서, 살고 있었다. 감정이란 건 그저 말로만 이해할 뿐인 그에게 인생이란 결국 죽을 뿐인 허망함만 가득한 시간 낭비였다. 그렇다고 죽을만한 이유나, 모든 걸 포기할만한 절망도 없으니 그저 흘러가듯이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에게 즐거움이라고는 없었다.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평범하다면 평범한, 그 정도의 존재였다.
그런데 세상은 그의 평범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듯이 한순간에 변해버렸다. 그의 본능이 그러했듯이.
니노미야는 문득 훌쩍 떠나야만 할 이유가 생겨버렸다. 마음의 문제일까, 사회적 문제일까, 필요한 하나의 부분이었을까. 알지도 못하지만, 갈 곳도 없이 멍하니 서서 전철이 가는 곳들을 훑어보다가 눈에 퍼뜩 들어온 한 단어에 마음을 정했다. 오래전, 상경한 이후로 한 번도 돌아간 적이 없는 고향 시골.
왜일까, 무엇이 떠올랐을까.
니노미야는 전철에 올라타서 자신을 힐끔거리는 시선을 무시하며 눈을 감았다. 시골의 풍경은 떠올려보아도 거기서 거기였다. 전자기기가 마을 단위로 있고,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구분이 안 가는 정도로 논과 밭 천지에, 흥미라곤 느껴지지 않는 청량한 하늘뿐이었다. 니노미야는 질리고 질려서 그곳을 나와서 복잡하고 즐거운 거리가 조금이라도 있는 도시로 올라온 것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쫓겨나듯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눈을 감아도 덜컹거리면서 같이 울렁거리는 속에 니노미야는 천천히 눈을 떠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원하고 커다란 산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자신의 집에서 보아도 우뚝 솟아있던 그 산이었다.
절대-
" 카즈, 알겠니? 저 산에는 절대 들어가지 마렴. "
들어갈 수 없었던 산.
" 산에는 무서운 푸른 괴물이 살고 있어서, 마주치면 확! 잡아먹힌단다. "
지금에서야 들으면 우스운 말인데, 그때는 혹시 진실이라고도 생각했던 것인지 괜히 꺼려져서 다가가지 못했다. 산 입구에만 서면 그는 괜히 두려워지는 것이었다. 어렸을 시절 왜인지 죽음은 너무 두려웠고, 괴물에게 먹혀버리면 자신을 잃어버리는 거 아닌가 싶었다. 세상은 변함없이 흘러가고, 아무런 이유도 없기 사라져버리는 건 왜인지 허무하고, 아쉽다고 생각했던가. 무언가 특별한 게 있을 거라 삶에 괜히 희망을 심어 보았던가.
니노미야는 전철에서 내려서, 산 입구에 다시금 마주쳐서야 왜 이곳이 두려웠던 것인지 깨달았다.
늦은 시각 햇빛을 어스름하게 잡아먹은 산이 어둑해져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초록 잎들이 생그럽게 흔들렸는데, 그 안쪽으로 갈수록 검게 변했다. 빛이 들지도 않는 것 같은 입구가 괜히 괴물의 입 같아서. 들어서는 발걸음 하나마저도 잡아먹히는 과정이 되어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두려웠던 것 같다.
어렸을 땐 우습게도, 죽음보다 누군가에게 잡아먹힌다는 게 무서웠나 보다.
니노미야는 그대로 걸음을 앞으로 향했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길은 무성하게 풀이 피어있고, 여기저기 덩굴이 가득했다. 무언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짐승인지 바람인지 알 수도 없었으나, 니노미야는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앞이 무엇이 있을까도 알지 못한 채. 무엇이든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이 무심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그는 잡아먹히는 죽음보다 재미없는 현실이 두려워지는 어른이 되어버렸다.
" 아, 해졌네. "
혼잣말의 답도 없이 흩어졌고, 그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산속은 그의 생각 보다 반짝였다. 빛이 스며들지도 못하고 잔뜩 잡아먹혀서 어두운 건 입구뿐이었고, 오히려 안으로 들어갈수록 빛은 나뭇잎 사이사이 잘도 스며들어서 땅에 떨어졌다. 띄엄띄엄 퍼지는 빛을 반사한 풀잎과 물이 반짝였다. 니노미야는 그대로 호수에 스스로를 비추어보았다.
얇고 하얀 옷을 하나만 걸치고 별것도 없이 그저 말간 자신의 얼굴이 비쳤다. 햇빛이 반짝이는 탓인지 물이 맑은 탓인지 핏기없이 하얀 피부가 일렁였다.
져버린 햇빛에 이내 물이 밝은 빛이 아니라 달빛을 머금고 어두운 기운을 풍길 때가 되어서 니노미야는 일어났다. 어쩌지 싶었다.
이제 와서 머물 곳을 찾기는 번거로울 텐데. 무턱대고 찾아온 자신의 무계획성에 괜히 혀를 한번 쯧, 차고는 내려가기 위해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려 했을 때였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니노미야의 귓가에 들렸다. 이제까지 무시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상하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니 풀숲이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이라기엔 무언가가 움직이는 게 분명했고, 짐승이라기엔 털 같은 게 보이지도 않았고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비릿한 냄새가 무언인지 모르게 풍겨왔다.
두려움과 고양감은 한 끗 차이라던가. 벅차게 두근거리는 심장에 니노미야는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어차피, 해가 다시 뜨기 전까지 한번은 마무리했던 일이었으니. 차라리 짐승이라면 좋겠네. 아니면
괴물이라던가.
" 아. "
그가 발견한 장면은 별거 아닌 포식 장면이었다.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뒷모습이 달빛에 아른거리는 핏빛 무언가를 잔뜩 먹고 있었다. 이질적인 씹는 소리와 질척거리는 소리가 겹쳐서 귀에 겹쳤고, 니노미야의 발밑에 있던 나뭇가지가 파삭- 부서졌다. 그 소리를 들은 뒷모습이 흠칫 떨리더니, 자신을 홱 돌아보았다. 검은 눈동자에 푸른 안광이 들어차서,
마주쳤다.
누구냐 물어볼 수도, 무슨 일이냐, 여긴 왜 있는 것이냐. 자신이 들을 수도 있는 물음을 뱉어내기도 전에 먼저 앞으로 다가온 얼굴에 니노미야는 말을 잊은 채 밀려오는 무게에 뒤로 밀렸다.
그림자 져서 알 수 없던 인영이 호숫가에 와서 달빛을 받아서 반짝였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 그 심연의 안에 어딘가 푸른 안광이 빛나서, 마치 깊은 물 속에 빠져서 수면을 바라보는 기분이었다. 멍하니 바라보면, 반짝이는 햇빛을 망상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괜히, 특별하고 무언가 이상한 공간에 끌어 들어져서 아예 공간이 특별해져서-
자신 같은 건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착각이 들어서, 그래서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그 순간을 무어라 형용하지도 못한 채 괜히 그 사람이 괴물이라는 것을 마음속으로 확정 지으면서, 이리도 아름다운 괴물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알지 못하는 괴이함을 이름 붙여, 찬란함이라 거짓말하고
자신의 필요를 대신해 줄 그 존재에게 감히 천사라고 부른다면,
웃긴 일이려나. 누가 봐도 악마에게 잡아먹히는 형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하면서. 괜히 있지도 않은 신앙과 신비로운 존재를 믿고서 한번 마음속에서 말을 내뱉어 보는 거였다.
선혈과 비릿한 냄새가 풍겨오고, 누군가의 감각이 자신의 위에 겹쳐오고, 콰득하는 이질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저 먹는다는 행위에만 갇혀있는 죄인같이 자신에게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그 존재는 살을 파고들어 알싸한 고통과 아득한 정신을 선사하면서 달빛 아래 어둠을 선사했다.
멀어져가는 정신 사이로 자신을 마주하지 못하는 얼굴을 바라보았다. 진득하게 핏자국이 묻어서 비릿한 냄새만 가득해서는 괜히 울적하고, 후회스러운 얼굴이 자신을 외면하고 있었다. 잔뜩 자신을 잡아먹는 주제에. 웃기게도.
자기가 잡아먹히는듯한 얼굴이었다.
그걸 마지막 기억으로 니노미야 카즈나리는 눈을 감았다.
그날 '하루'의 목숨을 써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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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노미야가 다시 눈을 뜨니 가장 먼저 들리는 소리는 질척이는 소리였다. 손으로 피를 닦는 듯이 살이 축축하게 스치는 소리라던가, 그런 느낌을 지닌. 그런 소리만이 들리니 괜스레 기분이 두근거렸다. 이게 무엇일까 알아내기 위해 의해 그는 입을 열었다. 눈을 감았다가 떴지만, 밝은 해가 떠오르는 때가 아니라 해가 뉘엿뉘엿 져가는 시간이었다. 조만간, 다시 목숨을 써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빠듯한 시간이었다.
새하얗던 복식이 피로 더럽혀져 있었다. 이건 또 어디서 어떻게 빨아야 하는지, 앞날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괴물은 무섭다기보다는 웃길 만큼 죄책감에 휩싸이는 사람이었나보다.
니노미야 카즈나리. 그는 갈 곳이 없었다. 그의 이름에는 이미 빨간 줄이 올라갔을 테니까. 괜히 평소와 다른 짓을 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그가 자신의 특이체질을 안 것은 시골에서 상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집에서 게임을 하고 밤을 새웠다고 생각했는데 눈을 떠보니 며칠이 지나있었다. 그냥 잠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해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도 아무런 특이점이 없다니 그는 할 말이 없어졌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한 두번 더 일어나고 나서야 그는 깨달았다. 자신의 몸이 한 번씩 죽고 다시 태어난다는 것을. 그의 목숨의 한계점이 '하루'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그렇다고, 매번 이렇게 알지도 못하는 경로로 잠들었다가 며칠 뒤에 깨는 건 일상을 생활하는데 불편한 점이 많았다. 그렇게 질리고, 질려서 니노미야는 한 가지 해답을 꺼내놓았다. 정말 끌리지 않지만, 자신의 이 신비한 체질이라는 것을 조사해보기로 한 것이다. 가장 처음 시작한 일은 한번, 스스로 죽어보는 일이었다. 물론 욕조 물과 수면제와 이것저것 다 준비를 하고서도 막상 칼을 손에 쥐고 있으니 괜히 힘이 들어가지 않고 힘이 풀리고 다시 고쳐잡기 일쑤였다. 시간은 똑딱거리며 흘러가서는 어느새 시간이 밤이 되어가고, 이런 와중에도 잠은 천천히 스스로에게 스며들어왔다.
몽롱 해져가는 감각에 니노미야는 칼을 들어서 남은 힘을 다 담아서 자신의 팔을 향했고, 팔을 욕조의 물속에 담그고 정신이 아득 해져가는 감각을 느꼈다. 이걸로도 답이 없으면 어쩌지 싶으면서 눈을 감았고, 눈을 떠서 바라본 창문은 햇빛이 쨍쨍했고, 날짜는 하루만 지나있을 뿐이었다.
그로 인해 알아낸 것은 두 가지
1. 잠에 들 경우에는 약 2일에서 7일 그보다 더 복불복으로 잠이 들고, 한번 '죽음'을 겪을 경우, 약 1시간에서 정상적인 수면이 가능하다.
2. '죽음'은 자살부터 사고까지 무엇이든 가능하다.
왜 죽는 것인지는 알아내지 못했어도 대강의 패턴을 파악하고, 그렇게 살아가던 니노미야가 어느 날. 갑작스레 의문을 느꼈다. 오늘도 욕조 앞에 앉아서 수면제를 까서 잔뜩 먹으면서 칼을 쥐려다 손을 놓쳤다.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졌다.
과연 죽음으로 사는 게 무엇일까 싶어졌다. 입안 가득 수면제를 쑤셔 넣고 씹으려던 니노미야는 툭 입에 있던 것들을 다 내뱉었다. 그대로 그냥 눈을 감았다. 얼마나 자던, 그냥 다 필요 없고 자고 싶었다. 그냥, 눈을 감고 자고 싶었다. 이런 삶은 뭔가, 아닌 것 같았다.
갑작스럽게 자신이 특별해지는 광경은 필요 없었다.
죽음을 먹고, 다시 먹고, 먹어서 계속 먹어서야, 삶을 유지한다니. 니노미야는 속을 소화하지 못하고 울렁거리는 속을 붙잡고 눈을 감았었고, 일어났던 건
새하얀 옷을 입고서, 빈 곳에 홀로 누워있었다. 일어나서 후에 어딘가 보니 영안실이었다. 아마 얼마나 잔 것인지는 몰라도, 누군가 발견하고 신고까지 되었던 거겠지. 니노미야는 그저 나른하게 아무도 없는 복도를 보다가 슬쩍 빠져나왔다. 갑작스럽게 시체가 사라졌던가 하면 시끄러워지겠구나 싶었지만, 다 필요 없었다.
그냥 조용하고, 조용한. 평범을 바라게 되는 것이었다.
니노미야는 더는, 죽음을 먹고 싶지 않았다. 그래봤자 먹어야 할 테였지만.
그래서, 산에서 잠이라도 자면서 뭐 신선이라고 불리는 존재라도 잠깐 하면 득도라도 할까 싶었다. 그 정도로 망가진 정신이었다. 그러하던 중 괴물과 마주친 그는 삐죽 솟아 나오는 웃음을 지었다. 죽음을 먹는 그가, 동질감이 들면서 동시에 안타까우면서 불쌍하게도-
안타까워서 없던, 식욕이 괜스레 도는 것 같았다. 향긋한 향기라던가, 달콤한 맛이라던가 느껴본 적도 없었지만, 괜히. 풍겨왔던 향기가 좋았던 것 같아서.
죽음 따위 먹고 싶지 않아졌지만, 죽음을 먹어주는 사람은, 어떤, 달콤함을
가지고 있을까.
그 정도의 단순한 호기심에 가까운 집착의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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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마주치면 먹어야 해서, 눈을 감고 있는 거라고? "
" 으응… "
" 배가 부르지는 않는 거고? "
" …그게 뭔데? "
" 하? "
이것저것 물어보고 답을 듣던 니노미야는 어이가 없어 저서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눈이 마주치면 식욕이 돈다. 까지는 이해했는데 배가 부른다는 것을 모른다는 듯이 앞의 남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자신의 눈치를 한번, 자신의 배를 한번 힐끔, 시선을 옮긴 남성은 배를 만지작거리다가 중얼거렸다.
" 불러온 적은 없는데…. "
" 아니, 그러니까 포만가……. …뭘 먹어서 만족한 적이 있냐고. "
" …아니? 맨날, 맨날, 먹고 싶어."
" 그럼 왜 이런 산속에 있어? "
" 어… 내가 누굴 먹는데, 그 사람이 울었어. 왜 우나 싶어서 내가 날 물어봤는데, 따끔해서, 그게 아팠나 해서. "
" … "
" 먹히면, 아픈가 봐. 그래서 눈물 흘리나 봐. “
눈물 흘리는 건 슬픈 거고, 슬픈 건 안 좋은 거니까. 나한테 먹히는 건 안 좋은 거일 거야. 그래서, 딱히 못 참을 것도 없고 해서 아무도 없는 산에 들어왔어.
마지막 말이 이어지는 것까지 들은 니노미야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싶었다. 복장이 꽤 예전 복식이라도 생각하긴 했지만, 언제부터 저렇게 살아와서 언제부터 이 산에 박혀있던 것인지 몰랐다. 그 작은 마을에서 그저 소문으로 내려올 정도로, 이야기조차 없어질 정도라면 도대체 얼마나 여기서 살고, 몇 살인 거지. 싶었지만. 자연스럽게 (반말로) 니노미야는 다시 물었다.
보통은 고작 그 정도 아픔은 아닐 텐데. 라는 말은 삼키고.
" 그럼, 배불러 본 적 없는 거지?"
" 응…? 응…. "
" 그렇다고 못 참을 정도는 아니란 거지? 눈만 안 마주치면?"
" … 그런데, 안 놀라…?"
" 내가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올 정도의 상황은 없을 텐데? 니노미야는 눈을 꼭 감고서 자신의 표정을 보지 못할 그의 앞에서 자연스럽게 입꼬리를 쭉 올렸다. 우스웠다. 시골의 평범함이 싫어서 여기서 도망친 줄 알았는데, 막상 특별해지니 더 싫고, 그렇게 돌아와서 자신보다 더 특별한 존재를 마주치니. 니노미야는 이제까지 자신의 삶이 왜 그리 허망한 듯이 느껴지고 욕망이 안 느껴지는 것인지 알았다.
음식에 왜 그리 느낌이 없는지, 이제와서 이런 특별함이 생긴 건가 했더니, 아니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방식이 잘못되었던 것이었다. 자신의 특별함을 평범하게 만들어줄 존재에게서 도망쳐 도시로 올라가니 몸이 신비한 현상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었던가 보다.
" 눈 떠봐. "
" 어? "
" 눈 떠보라고. 아까 눈 색 예쁘던데 다시 보여줘 봐. "
" 아니, 아니… 뭐 들었어? 아프다니까? "
" 만약 내가, 아프지 않다면? 눈물이 날 정도로 아프지 않아. "
" 그치만, 아까, 아까, 살아나기 전에 울었잖아. "
" 아. "
니노미야는 자신이 삶의 이유와 의미를 깨달아서 흘렸던 눈물을 떠올리고는 손을 휘저었다.
" 그건 다른 눈물 이야. "
" 다른…? "
" 자, 빨리 눈 떠봐. 괜찮으니까. “
머뭇, 움찔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하늘을 바라보니 달이 천천히 하늘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마도 조만간 12시가 되어버리면 하루가 지나가 버린다. 스멀스멀 밀려오는 졸음을 무언가가 꾹 눌렀다. 이제
필요 없다는 듯이.
앞의 괴물, 남성은 천천히 눈을 떴다. 달빛을 받은 얼굴이 맑게 빛났다. 눈이 반짝, 마주쳤다. 역시나 새까만 검은 눈동자가 자신과 마주치기 무섭게 천천히 파랗게 변해가고 있었다.
" ... 근데- "
주륵, 침을 흘리며 꿀꺽 삼키더니 자신에게 느릿하게 다가왔다.
" 너도, 눈동자 예뻐. 예쁜 개나리색이야. “
니노미야는 답해주듯이 미소 지었다. 자신의 눈동자는 새까만 눈동자, 햇빛을 받아야 겨우 갈색이 돌 텐데, 노란 눈동자라니. 우습기 그지없었다. 천천히 입을 벌리는 남성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안에 손가락을 박아 넣듯이 집어넣고는 뒤로 밀쳤다.
순순히 밀리며 손가락을 아득 깨물었다. 그래, 정말
'가시에 찔린듯한' 정도네.
새어 나오는 피와 딱딱한 뼈 소리를 느끼다가 니노미야도 천천히 입가를 얇은 옷깃 사이로 벌어진 남성의 어깨에 다가가서 입술을 툭 대었다. 생소한 감각에 살짝 떨리는 몸에 천천히 입을 벌려 음식을 베어 물듯이 세게, 깨물었다. 아득하는 소리와 함께 알 수 없는 맛과 느낌이 속에서 퍼져나갔다.
달고, 달콤한.
아득하게 정신이 멀어지듯 해서 도저히 먹지 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중독되듯이 조금 더, 먹고 싶어지는 맛.
조금,
더
자신이 한 입 더 넣기 전에 남성이 자신의 어깨를 퍽 쳐서 밀쳐냈다. 반짝거리며 동그랗게 뜬 눈동자가 처음 느껴보는 느낌에 생소하게 달아올라서 볼이 붉어졌다. 맑고 동그란 얼굴 선을 바라보던 니노미야가 눈썹을 움찔했다. 생각해보니, 괜히 다른 의미로도 먹어 보고 싶어져서.
" …뭐지, 뭘까. "
" 왜, 어떤데? "
" 분명 조금, 엄청 조금 먹었는데. 막 배 속이 가득하고 더 먹을 필요가 굳이 느껴지지 않아. "
" 그래도, 맛있어서 한입 더 먹고 싶다던가. "
" 어? 어… 어……. 응. "
맛, 이라는 걸 떠올리듯이 고민하던 목소리가 고개를 뭉근히 끄덕이면서 긍정했다.
" 이제까지 먹은 것 중에서 가장 맛있었어. 달콤하고, 달달해서 아릿하게 중독스러워. "
니노미야는 자신의 입가에서 주륵 흘러내리는 게 피인지 침인지 깨닫지 못하면서 말을 이었다. 자신과 참으로 똑 닮은 감상이다.
" 이름. "
" ?? "
" 이름, 없어? 불렸던 거. "
" ……. …아. 아, 있어. "
얼마나 과거로 돌아가는 것인지 멍하니 떠올리던 그가 무언가 그리운 기억을 떠올렸는지 생긋 웃었다. 니노미야는 처음으로 떨리는 감정이란 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 오노, 오노 사토시. 라고 불렸어. "
니노미야는 웃었다. 입술을 할짝이니 달큰한 맛이 느껴지는 게 아무래도 흘렀던 건 피였나보다. 그는 그대로 오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추었다. 자신의 입술을 가볍게 씹으니 피가 베어 나왔고, 그는 그것을 즐겁게 핥았다.
늘어지는 하얀 실과 함께 멀어지자 니노미야는 말했다.
" 나는, 니노미야 카즈나리. 뭐 대충 줄여서 편하게 불러. "
둘이 각자가 특별하여, 둘이 인연을 지어서 만남으로 평범이 된다는 것은
" 뭐, 앞으로 잘 부탁해. "
뭐, 이런 이야기이다.
" 아이야, 어린아이들아, 여행자들이여. 절대 그 산에 들어가지 말아라. 그 산에는 괴물이 산단다. 너희를 잡아먹을지도 모르는,
푸르고
노란 괴물이- "
+ 간단한 설정 풀이
( 설정이랄까 그냥 제가 보고싶었을뿐인데 이해가 되지 않으셨을까 걱정되어 열심히 적어봅니다. 글 안에 녹여놓지 못한 것이 한탄 스럽네요... )
= 니노미야와 오노의 종족은 같은 종족. 세상에 둘뿐인 서로가 서로만이 동족인 관계. 이 종족은 인간에 기생하여 태어나고, 무엇이든지 먹는 식성과 뭘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는 식욕을 가졌다. 다만, 동족끼리만이 서로에게 있어 특별하여 맛과 포만감, 감정을 줄 수 있다.
= 오노는 예전에 태어나서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진작에 깨달았고, 딱히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 수긍하며 살아가다가 산에 틀어박힌 것.
= 니노미야는 자신의 ‘특별’을 이해하지 못해서 방황하다가 오노를 만나고서야 이해가 가서 그냥 살아가는 것.
= 니노미야에게 일어난 특이체질은 자신의 유일한 동족인 오노와 일정 이상 멀어져서 일어났던 현상. 오노가 마주치면 식욕이 폭발하는 습성도 니노미야가 태어난 이후, 도시에 가고 나서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