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
작은연못
니노상
인간이라면 적어도 해도 될 때가 있고, 하면 안 될 때를 알 텐데 니노미야는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달라붙는 게 수준급이다.
"리이-다~"
"니노, 우리 수록 들어가야 해."
"그 수록 나도 들어가는걸."
내 허리에 달라붙어 부비적거리는 니노미야를 떼어내려 할수록 강하게 잡아 오는 터에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고 내버려 뒀다. 쇼짱이나 마츠준이 오면 어련히 떨어질 테니까...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를 만나면 키가 더 작아지는 한이 있더라도 머리를 쥐어박았을 테다.
주니어 시대의 공동출현이 별로 없던 터라 친하게 지낸 주니어도 몇 없고, 신메도 교토로 가면서 다른 주니어의 신메가 되거나 나이가 되어 퇴소했다. 덕분에 더 외톨이 아닌 외톨이가 되었는데, 그 사이를 어떻게 알아챘는지 니노미야가 틈을 메꿨다.
"나는 근육이 없는데, 오노상한테는 진짜 잘 붙는단 말이야. 이 너구리 오지상이..."
"나라도 기본운동은 하는걸. 춤도 추고... 녹차만 마시면서 게임만 하는 누구랑은 다르니까..."
"에!!!! 설마 그거 니노짱 얘기?! "
"......."
허리를 더 꽉 메고 있는 니노미야를 떼어놓으려다가 더 잡혀서 결국 끌려가듯 소파 위로 떨어졌다. 정확히는 니노미야의 무릎 위로.
"불편해...."
"사토시, 불편해? 그래도 참아. 나 지금 사토시 에너지 부족이야..."
허리엔 니노미야의 손, 어깨엔 니노미야의 얼굴. 다리는 니노미야의 다리로 옴짝달싹도 못 하게 붙잡혔다. 뭐... AD가 오기 전까지는 괜찮으려나...
"AD 오기 전까지만이야..."
"웅....."
요새 영화 촬영의 끝물이라 바빠진 것인지,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수정촬영이 늘어난 것인지 어째 니노의 볼이 조금 줄어든 것 같다. 게다가 요새 운동 좀 했다고 바로 근육이 붙어버리기도 했고... 말랑말랑한 배가 없어졌단 말이지....
"니노... 요새도 운동하고 있어?"
"...우웅... 카메라... 은근 무거워..."
오랜만에 니노미야의 레귤러에 출현하게 되어서 훑어본 대본에는 니노미야의 친구 찾기 코너인듯하고....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친구이자 연인인 나한테 뭘 바라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니노가 어떻게든 하겠지...
"오노상, 니노미야상. 스탠바이 해주세요!"
"하---이."
그새 잠이 든 니노를 깨워 일으키고, 니노 얼굴에 눌린 내 머리 뒤를 정리하고, 어제저녁 니노가 작년에 사준 슈트를 팡팡 소리가 나게 때려 정리했다. 내 소리에 니노도 일어나 제 슈트를 빳빳하게 정리하더니 정리가 무색하게 다시 허리를 붙잡고 늘어지기 시작한다. 다 구겨지게...
"니노, 옷 구겨져."
"옷 구겨지는 거랑 귀여운 니노짱이 안아주는 거랑 골라!"
"..... 원래라면 니노짱이지만, 지금은 옷...? 니노.. 우리 수록 해야 해. 잔뜩 구겨진 채로 카메라 앞에 서는 거 별로잖아."
"팬들은 더 좋아할걸~? 니노랑 뭘 했길래 슈트가 구겨졌을까~? 하면서?"
"난 몰라... SNS는 어려우니까... 나중에 쇼군이랑 준군한테 혼나도 몰라. 둘 다 SNS 엄청나게 본단 말이야..."
"에?!!!! 지금 귀여운 니노짱한테 혼나라고 시키는 거야?"
니노를 허리에 매단 채 들어간 스튜디오는 아크릴판 대신 조금 떨어져 있는 소파가 두 개 있을 뿐 투명한 판 너머로 니노미야의 표정을 살필 필요는 없어졌다.
"오늘의 게스트, 아라시의 오노 사토시상과 함께합니다!"
"오하이요- 고자이마스. "
소파에 앉아, 카메라의 빨간 불이 들어오고, PD의 큐사인에 맞춰 인사를 하고 수록이 시작됐다. 평소 아라시 레귤러에서도 늘어지는 니노미야인데, 제 레귤러라 그런가 늘어짐이 조금 더 심해진다. 기껏 떨어뜨려 둔 소파가 무색하게 몸을 잔뜩 내 쪽으로 빼고 있는 게 여차하면 소파를 그냥 넘어올 판이다.
"니노, 소파에서 떨어지겠는데."
"아아-. 이렇게나 떨어뜨려 놓다니.. 리-다랑 같은 방송에 나온 의미 없잖아~"
"니노?... 죄송한데, 잠깐 멈췄다가 가죠.. 니노미야."
손을 뻗어, 허리까지 숙여가며 잠시간의 쉬는 시간을 얻은 오노가 니노미야를 끌고 스튜디오의 한구석으로 가고, 슬금슬금 오노의 허리로 뻗어오는 손을 찰싹 쳐내고 드물게 무표정을 얼굴 한가득 담아낸다..
"오노상?"
"니노미야. 내가 여태껏 니노미야한테 떨어지라고 한 적도 없었고, 그만 하라고 얘기한 적도 없었어. 사람이 '절제'라는 걸 할 때가 있지 않을까?"
"....미안. 리-다."
"니노의 리다 아니야. 지금은. "
"미안해. 오노상."
제 손을 만지작거리면서 고개를 숙인 니노미야의 어깨를 두들겨준 오노가 다시 한번 허리 숙여 인사를 해가며 스튜디오 한가운데 있는 소파로 돌아가고, 그제야 니노미야도 제 자리로 돌아와 수록을 진행했다. 조금 분위기나 진행이 달라져 스태프들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니노미야도 오노도 얼굴 가득히 띄어있는 미소와 온몸으로 뿜어내는 밝은 분위기에 수록은 무사히 끝이 났다.
연인이 되어 처음엔 따로 살았고, 일 년이 지난 뒤엔 같은 멘션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삼 년이 지난 뒤엔 그냥 같은 집에서 살다시피하고 있다. 수록이 끝나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매니저도 퇴근시킨 채 곧장 니노의 손에 끌려들어 왔다.
"어,어. 넘어져."
"오노상. 이제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지?"
"니노!"
제대로 벗지 못한 신발은 현관으로 던져지고 나는 니노의 손에 의해 침대로 던져졌다. 그리고 니노의 이름을 끝맺기도 전에 니노의 붉은 혀가 내 눈앞에서 자취를 삼켰다.
니노미야가 선물한 짙은 회색의 재킷이 침대 밑으로 떨어지고, 목을 꽉 조인 넥타이도 순간의 손놀림에 풀려 떨어졌다. 키스하던 입을 떼어내기가 무섭게 오노를 뒤로 돌려버린 니노미야는 오노의 얇은 허리를 꽉 조이고 있는 벨트를 풀어 바지와 함께 던져버린다. 탄탄하게 올라간 엉덩이와 꽉 조인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은 니노미야가 등줄기를 따라 입술을 내리는 순간, 오노의 입에선 가느다란 신음이 흘렀다.
"하아... 카....카...즈...."
-
다음날이 오프도 아닌데 달려든 니노 덕분에 여름임에도 VS아라시에서 긴 팔 후드티를 입었다. 하늘 높은 니노의 선처로 다행히 팔이나 다리에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등이나 허벅지 안쪽은 피부가 아릴 정도로 붉게 물들었다.
결국, 내 상태를 눈치챈 아이바짱이 클리프클라임을 바꿔주고, 니노와 소부센 콤비라며 신나게도 정상으로 올라갔다.
어제 어디서 불끈거렸는지 모르지는 않지만.... 이상하게 니노는 내가 싫은 소리 할 때마다 좋아한단 말이지.... 그런 니노가 나도 좋지만...
"오짱 말대로 일할 땐 열심히 참아볼 테니까, 이 현관 들어서부터는 내 맘대로 할 거야. 앞으로도 よ.ろ.し.く.ね?"
어젯밤 절정에 다다르기 직전에 잔뜩 짓눌린 목소리로 귀에 속삭였던 よろしくね가 니노의 눈빛에 담겨 지령대 위에 서 있는 내 귀에 가득 들어온다. 나도 모르게 부르르 떨어버려 옆에 있던 쇼군이 나를 쳐다봤지만 애써 무시했다.
이따가 집에 가서 또... 화내는 척해야지. 내일은 오프니까...